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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혹서기는 학생들에게 즐거운 방학과 휴식을 떠올리게 하지만, 학교의 심장과도 같은 급식실에는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시기입니다. 뜨거운 불과 수증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동선 속에서 외부의 폭염까지 더해지는 급식실은 그야말로 '온열질환 발생의 고위험 구역'으로 변모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더위를 참아내는 수준을 넘어, 조리 종사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나아가 학생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관리 노하우가 절실한 때입니다. 본 글에서는 혹서기 급식실 관리를 위한 핵심 전략을 세 가지 큰 줄기로 나누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심도 있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급식실 온열질환 위험성의 다각적 이해


    혹서기 급식실의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급식실의 위험은 단순히 '덥다'는 감각적인 차원을 넘어, 조리 종사원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식중독의 위험까지 증폭시키는 복합적인 성격을 띱니다.

    첫째, 급식실은 열섬(Heat Island) 현상이 극대화되는 특수한 공간입니다. 외부 기온이 33도를 넘어서는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급식실 내부는 이미 그 이상의 온도로 치솟아 있습니다. 대형 튀김솥, 오븐, 국솥, 부침기 등 고열을 내뿜는 조리 기구들이 쉴 새 없이 가동되며 내부 온도를 끌어올립니다. 여기에 식기세척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는 습도를 높여 체감온도를 극한으로 밀어붙입니다. 이는 마치 사우나와 같은 고온다습한 환경을 조성하여, 신체의 온도 조절 시스템에 심각한 과부하를 초래합니다. 특히 환기 시설이 미흡하거나 공간이 협소한 구형 급식실의 경우, 뜨겁고 습한 공기가 정체되어 위험성은 배가됩니다. 이러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는 조리 종사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온열질환의 문턱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온열질환의 종류와 증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온열질환으로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이 있습니다. 열탈진은 과도한 땀 배출로 인해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져 발생하는 것으로, 극심한 피로감, 현기증,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체온 조절 중추가 마비되어 땀이 나지 않고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는 단계가 바로 열사병입니다. 열사병은 의식 저하, 혼수상태, 다발성 장기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급한 상황입니다. 열경련은 땀으로 나트륨이 과도하게 손실되었을 때 근육에 고통스러운 경련이 일어나는 증상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들이 초기에는 단순한 피로나 더위 먹은 증상과 유사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는 점입니다. "원래 여름엔 다 이래",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칫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모든 구성원이 인지해야 합니다.

    셋째, 고온 환경은 식중독균 증식의 최적 조건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살모넬라, 병원성대장균(O157), 포도상구균 등 주요 식중독균은 35~37℃의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증식합니다. 혹서기 급식실의 온도는 이들 세균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환경입니다. 식재료 검수, 보관, 조리, 배식 과정에서 잠시라도 온도 관리에 소홀해지면 식중독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할 수 있습니다. 조리 종사원의 건강이 온열질환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위생 관리 집중력이 저하될 경우 식중독 사고의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즉, 온열질환 예방은 조리 종사원의 안전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된 급식 위생 안전의 선결 과제인 것입니다.

    선제적 방어 시스템 구축: 환경, 사람, 시스템 중심의 단계별 실행 방안


    온열질환은 발생한 뒤에 대처하는 것보다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급식실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조리 종사원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안전한 작업 시스템을 마련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작업 환경의 열기를 낮추기 위한 물리적 개선이 시급합니다.

    환기 시스템 총점검 및 개선: 급식실 관리의 시작과 끝은 '환기'입니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유증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후드와 환기팬의 성능을 최우선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필터에 낀 기름때를 주기적으로 완벽하게 청소하여 흡입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필요하다면 공기 순환을 돕는 대형 산업용 선풍기나 에어 서큘레이터를 추가로 설치하여 공기의 흐름을 강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창문과 출입문을 개방하여 맞통풍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충망 설치 등 해충 유입 방지 대책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냉방 및 휴게 공간 확보: 현실적으로 급식실 전체를 에어컨으로 냉방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조리 동선 중 상대적으로 열 발생이 적은 검수실, 전처리실 등 특정 구역만이라도 집중 냉방을 하거나,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하여 작업자에게 시원한 바람을 직접 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원한 휴게 공간'의 확보입니다. 기존의 휴게실에 냉방 시설이 미비하다면, 학교 내 다른 공간을 임시 휴게실로 지정해서라도 조리 종사원들이 휴식 시간 동안만큼은 더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체온을 정상화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열 발생원 관리 및 작업 공정 개선: 조리 공정을 면밀히 분석하여 열 발생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튀김, 볶음, 구이 등 고열 기구를 사용하는 조리는 비교적 기온이 낮은 오전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오후에는 무침이나 냉채, 샐러드 등 비교적 열을 덜 사용하는 메뉴를 조리하도록 작업 순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식단 구성 자체를 오븐 요리나 튀김 대신 저온 조리나 수비드 조리법을 활용한 메뉴, 시원한 냉국이나 과일 등 제공 횟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 즉 조리 종사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폭염 시간 휴게제'의 적극적 도입: 외부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2시 사이에는 15분~30분 정도의 짧은 휴식이라도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폭염 시간 휴게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이 시간 동안에는 시원한 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시며 잠시 일을 멈추고 쉬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고열 기구 앞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것을 피하고, 여러 조리원이 순환 근무를 통해 특정 인원에게만 열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업무를 공평하게 분배해야 합니다.

    체계적인 수분 및 염분 보충: "목마름을 느끼기 전에 미리 마신다"는 원칙을 모든 종사원이 공유해야 합니다. 급식실 내 여러 곳에 시원한 물이나 전해질 보충을 위한 이온 음료, 식염 포도당 등을 비치하여 언제든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분이 많은 탄산음료나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등은 이뇨 작용을 촉진하여 오히려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제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매일 아침 '온열질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활용: 작업을 시작하기 전, 모든 조리 종사원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젯밤 잠은 잘 잤는가?", "속이 메스껍거나 어지럽지는 않은가?", "평소보다 심하게 피로하지는 않은가?" 등 간단한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관리자(영양사, 조리사 등)에게 보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관리자는 보고된 내용에 따라 해당 종사원의 업무 강도를 조절하거나 휴식을 부여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기능성 작업복 및 보호구 지급: 땀 흡수와 통풍이 잘되는 쿨링 소재의 작업복을 지급하고, 필요에 따라 목에 거는 넥쿨러나 물에 적셔 사용하는 쿨링 조끼 등 보조 용품을 지원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비상 대응 시스템 구축과 지속적인 소통 문화


    아무리 철저히 예방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비상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모든 구성원이 숙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온열질환 환자 발생 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명확한 행동 지침을 마련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증상 인지 및 신속한 초기 대응: 동료가 어지러움을 호소하거나 비틀거리는 등 온열질환 의심 증상을 보일 경우, 즉시 하던 작업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이후 곧바로 시원한 장소(냉방이 되는 휴게실 등)로 옮겨 눕히고, 꽉 끼는 옷이나 장신구를 풀어주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야 합니다. 의식이 명료하다면 시원한 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시게 하고, 젖은 물수건으로 몸을 닦거나 부채질을 하여 체온을 최대한 빨리 낮춰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명확한 보고 체계 및 119 신고 기준 확립: 초기 대응과 동시에 즉시 학교 내 보건교사 및 관리자에게 상황을 보고해야 합니다. 특히, 의식이 없거나 혼미한 경우, 말을 어눌하게 하는 등 열사병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일 때에는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여 전문적인 의료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조금 지켜보자"는 망설임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행동 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급식실 내 잘 보이는 곳에 부착하고, 정기적인 교육과 모의 훈련을 통해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둘째, 교육과 소통을 통한 안전 문화 내재화가 필수적입니다.

    혹서기 전, 집중 예방 교육 실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6월경, 모든 조리 종사원을 대상으로 온열질환의 위험성, 예방 수칙, 응급 처치 요령 등에 대한 집중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관련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여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지속적인 정보 공유와 관심 표현: 매일 아침 조례 시간 등을 활용하여 당일의 폭염 위험 단계나 주의사항을 반복적으로 알리고, 서로의 안색과 건강 상태를 살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영양사나 관리자는 수시로 작업 현장을 돌아보며 종사원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힘들지 않으세요?", "물 충분히 드셨어요?"와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 격려와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소통은 종사원들이 자신의 건강 이상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혹서기 급식실의 온열질환 관리는 '참고 견디는'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시스템으로 예방하는' 문제입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를 명확히 인지하고, 작업 환경 개선과 인적 관리, 비상 대응 시스템이라는 세 개의 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조리 종사원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될 때, 비로소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급식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불 앞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급식실의 모든 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 당국, 그리고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