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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김없이 여름의 길목에서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시원한 빗줄기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반가운 손님이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바로 '도시 침수'라는 불청객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도로를 마비시키고, 저지대 주택과 상가를 덮치는 물난리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동네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록적인 폭우와 같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도시 침수의 모든 원인을 하늘에만 돌릴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우리가 무심코 길가에 버린 작은 담배꽁초 하나가 침수의 비극을 불러오는 거대한 나비효과의 시작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침수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면, 우리는 도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빗물받이'의 막힘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빗물받이를 막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입니다. 지금부터 사소한 부주의가 어떻게 우리 동네를 물에 잠기게 하는지, 그리고 이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길고 상세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 우리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자 실천적 대안에 대한 모색입니다.

    1.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도시의 혈관을 막는 치명적인 독이 되다

    우리가 걷는 보도블록 가장자리, 도로 구석구석에 설치된 격자무늬의 쇠창살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빗물받이'입니다. 빗물받이는 비가 내렸을 때 도로에 고인 빗물을 지하 하수관으로 신속하게 흘려보내 도시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우리 도시의 생명선과도 같은 매우 중요한 시설입니다. 인체에 비유하자면, 온몸 구석구석의 노폐물을 모아 배출하는 모세혈관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만약 이 모세혈관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혈액이 정체되고 순환이 멈추면서 신체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도시의 빗물받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빗물받이를 '쓰레기통'으로 착각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흡연자들 사이에서 피우고 난 담배꽁초를 빗물받이 구멍 속으로 툭 버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작은 꽁초 하나쯤이야 무슨 문제가 되겠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착각의 시작입니다. 담배꽁초 필터의 주성분은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섬유입니다. 이 물질은 자연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리는, 사실상 썩지 않는 플라스틱입니다. 물에 젖은 담배꽁초는 쉽게 흐트러지지 않고, 오히려 물을 머금어 부풀어 오르며 다른 이물질과 엉겨 붙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한 개비의 담배꽁초는 작고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만, 수십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도시 전역의 빗물받이로 버려진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 꽁초들은 빗물받이 아래에 있는 '퇴적조'라는 공간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비닐봉지, 플라스틱 컵, 낙엽, 흙먼지 등이 더해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됩니다. 담배꽁초를 중심으로 뭉쳐진 거대한 쓰레기 덩어리는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굳어 빗물이 빠져나갈 틈을 완전히 막아버립니다.

    평상시에는 그 심각성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간당 수십 밀리미터의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이 되면, 막혀버린 빗물받이는 재앙의 도화선이 됩니다. 도시의 모세혈관이 완전히 막혀버린 상태에서 하늘에서는 엄청난 양의 빗물이 쏟아집니다. 하수관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한 빗물은 갈 곳을 잃고 아스팔트 도로 위로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발목을 적시던 물이 순식간에 무릎까지 차오르고, 도로는 거대한 강으로 변해버립니다. 이 역류한 빗물은 지대가 낮은 상가와 주택, 특히 반지하 가구로 무섭게 밀려 들어갑니다. 한순간의 부주의,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비극적인 침수 피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침수 피해의 상당수가 바로 이 빗물받이 막힘에서 비롯되며, 그 주된 원인이 담배꽁초를 포함한 각종 쓰레기라는 사실이 수차례 증명되었습니다

    2. 침수 피해를 넘어, 우리 삶을 위협하는 담배꽁초의 역습

    빗물받이를 막은 담배꽁초가 초래하는 피해는 단순히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는 1차원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의 경제, 안전, 건강, 그리고 환경 전반을 위협하는 복합적인 재앙으로 번져나갑니다. 그 피해의 양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심각합니다.

    첫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합니다. 침수된 주택과 상가는 가재도구와 상품, 인테리어 등이 모두 물에 젖어 못쓰게 됩니다. 자동차가 물에 잠겨 폐차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상인들은 영업을 중단해야 하고, 주민들은 임시 거처를 찾아 떠나야 합니다. 이러한 직접적인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침수 지역을 복구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 또한 천문학적입니다. 막힌 빗물받이와 하수관을 뚫고, 오염된 지역을 소독하며, 파손된 도로와 시설을 보수하는 데 막대한 세금이 투입됩니다. 결국 '나 하나쯤'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버린 담배꽁초가 우리 모두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셈입니다.

    둘째,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침수된 도로는 그 자체로 거대한 위험지대입니다. 불어난 물은 도로와 인도의 경계를 지워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맨홀 뚜껑을 열어버려 추락 사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침수된 물은 결코 깨끗한 빗물이 아닙니다. 하수관에서 역류한 오수와 쓰레기, 유해 화학물질 등이 뒤섞인 오염수 덩어리입니다. 이러한 오염수에 직접 노출될 경우 각종 수인성 전염병이나 피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매우 큽니다. 침수 피해 복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곰팡이 등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셋째, 담배꽁초는 그 자체로 환경을 파괴하는 독성 물질입니다. 침수된 도로는 그 자체로 거대한 위험지대입니다. 불어난 물은 도로와 인도의 경계를 지워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맨홀 뚜껑을 열어버려 추락 사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침수된 물은 결코 깨끗한 빗물이 아닙니다. 하수관에서 역류한 오수와 쓰레기, 유해 화학물질 등이 뒤섞인 오염수 덩어리입니다. 이러한 오염수에 직접 노출될 경우 각종 수인성 전염병이나 피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매우 큽니다. 침수 피해 복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곰팡이 등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3. 나의 작은 실천이 도시를 구한다: 빗물받이 지킴이가 되는 구체적인 방법

    거대한 재앙의 시작이 사소한 부주의였듯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또한 우리 각자의 작지만 꾸준한 실천에 있습니다. 더 이상 남 탓이나 정부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내 집 앞, 내 가게 앞 빗물받이는 내가 지킨다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빗물받이 지킴이'가 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하나, 시민 개개인의 인식 전환과 행동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담배꽁초를 비롯한 모든 쓰레기를 길이나 빗물받이에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흡연자라면 반드시 휴대용 재떨이를 사용하거나, 지정된 흡연 구역의 재떨이에 꽁초를 버리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는 선택이 아닌,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의무입니다. 또한, '내 집 앞, 내 가게 앞 빗물받이 살피기'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그리고 큰 비가 예보되었을 때 잠깐 시간을 내어 빗물받이 덮개 위에 쌓인 낙엽이나 쓰레기를 치워주는 것만으로도 침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빗물받이 내부가 흙이나 쓰레기로 심하게 막혀있어 개인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면, 지체 없이 관할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신고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안전신문고' 앱 등을 통해 사진을 찍어 간편하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둘, 지역 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

    아파트 단지나 상가 번영회, 지역 자율방재단 등 공동체 단위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됩니다. 정기적으로 '우리 동네 빗물받이 청소의 날'을 정해 다 함께 주변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상점들은 가게 앞 빗물받이 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깨끗한 가게 앞 환경은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집중호우 시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침수 피해로부터 스스로의 재산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청소를 넘어, 이웃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지역 문제에 대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셋,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장마철 이전, 도시 전역의 빗물받이와 하수관에 대한 대대적이고 체계적인 준설 작업을 실시하여 배수 능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쓰레기가 하수관으로 직접 유입되는 것을 막는 '거름망'이나 '필터 장치'를 빗물받이에 확대 설치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담배꽁초 무단 투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지속적인 공익광고와 캠페인을 전개하고,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강화하여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흡연자들의 편의를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공공 재떨이를 충분히 설치하는 것 역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입니다.


    장마철 도시 침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충분히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그 거대한 재난의 시작점에 무심코 버려진 작은 담배꽁초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버린 하나의 꽁초가 우리 가족과 이웃의 삶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우리 동네의 빗물받이를 한번 살펴보십시오. 그곳은 빗물이 흘러야 할 도시의 생명 통로이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작은 실천, 내 집 앞 빗물받이를 한번 돌아보는 작은 관심이 모일 때, 우리 동네는 비로소 물 걱정 없는 안전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올여름,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도시를 지키는 가장 튼튼한 방파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