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거나 오래된 가구를 교체할 때, 우리는 디자인과 가격,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곤 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요소 하나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가구에서 방출되는 유해 물질입니다. 특히 새 가구를 들였을 때 나는 독한 냄새는 단순히 불쾌감을 넘어,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새집증후군의 주범이 될 수 있어요.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같은 물질들은 호흡기 질환, 아토피 악화, 심지어 발암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주거 환경에서, 친환경 가구 선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해 물질이 없는 친환경 가구를 선택하는 기준과 방법, 그리고 건강한 집을 만들기 위한 실용적인 팁들을 상세하게 알려드립니다. 우리 집을 건강하게 지키는 첫걸음, 친환경 가구 선택부터 시작해 보세요.
가구 속 유해 물질, 왜 위험한가요?
새 가구를 들였을 때 맡게 되는 특유의 냄새는 대부분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때문입니다. 이 물질들은 가구를 만들 때 사용되는 접착제, 마감재, 페인트 등에서 지속적으로 방출되며, 우리 건강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유해 물질들이 실내에 축적되면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우리는 흔히 새집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가구에서 방출되는 주요 유해 물질과 건강 영향
- 포름알데히드:
- 주요 발생원: 합판, MDF(중밀도 섬유판), PB(파티클 보드) 등 목재 가공 제품에 사용되는 접착제와 페인트에서 주로 방출됩니다.
- 건강 영향: 눈, 코, 목에 강한 자극을 주어 따가움, 기침, 콧물 등을 유발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할 만큼 위험한 물질입니다. 장기 노출 시 백혈병 등 혈액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됩니다.
-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 주요 발생원: 페인트, 접착제, 바닥재, 합성 가죽, 가구 표면 마감재 등에서 광범위하게 방출됩니다. 벤젠, 톨루엔, 자일렌, 아세톤 등이 대표적입니다.
- 건강 영향: 두통, 현기증, 구토, 피로감 등을 유발하며, 피부 및 호흡기 자극을 일으킵니다. 일부 VOCs는 발암성 및 신경계 독성까지 가지고 있어 장기간 노출 시 신경계 손상이나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 기타 유해 물질: 중금속(페인트), 프탈레이트(PVC 마감재), 난연제(방염 처리된 가구) 등도 미량이지만 지속적으로 방출되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린이나 임산부,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하거나 호흡기가 민감한 사람들은 이러한 유해 물질에 더욱 취약합니다. 새 가구 구매 시에는 디자인이나 가격만큼이나 가구에서 방출되는 유해 물질의 양을 확인하는 것이 건강한 집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친환경 가구,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요?
유해 물질 걱정 없는 건강한 가구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기준과 인증 마크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문구만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지표를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1. 목재 가공 제품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등급 확인 (E0, SE0)
가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목재 가공 제품(합판, MDF, PB)은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라 등급이 나뉩니다. 이 등급은 건강한 가구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 SE0 (Super E0):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3mg/L 이하. 현재 국내 기준 중 가장 엄격한 등급으로, 사실상 거의 방출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 E0 (Excellent E0):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3mg/L 초과 0.5mg/L 이하. SE0 다음으로 좋은 등급이며, 실내 사용에 안전하다고 권장됩니다.
- E1: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5mg/L 초과 1.5mg/L 이하. 국내에서 가구 제작 시 허용되는 최저 등급이지만,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실내 사용이 제한되거나 야외용으로 사용됩니다. 아토피나 호흡기가 민감한 가정에서는 E1 등급 가구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E2: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1.5mg/L 초과. 국내 실내 사용 금지 등급이며, 실내 사용 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구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E0 등급 이상(SE0 또는 E0)의 자재로 만들어진 제품인지 확인하고, 가능하면 SE0 등급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2. 친환경 인증 마크 확인 (정부, 기관 인증)
공신력 있는 기관의 친환경 인증 마크는 가구의 유해 물질 안전성을 보증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 환경표지(친환경 마크):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부여하는 마크로, 제품의 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적게 발생시키고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 최소화하는 제품에 부여됩니다.
- HB마크 (Healthy Building Material):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건축자재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및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을 측정하여 부여하는 인증 마크입니다. 최우수 등급(클로버 5개)을 받은 제품일수록 유해 물질 방출량이 적습니다.
- GREENGUARD Certification: 미국 환경 기관에서 부여하는 실내 공기 질 관련 인증 마크로, 실내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 배출량을 엄격하게 검증합니다.
가구를 구매할 때는 이러한 인증 마크가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최고 등급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원목 가구 선택 및 화학 마감재 확인
원목 가구는 합판이나 MDF에 비해 접착제 사용이 적어 유해 물질 방출량이 적은 편입니다.
- 솔리드 원목 가구: 집성목(작은 나무 조각들을 접착제로 붙인 것)이 아닌, 통원목을 사용한 가구가 유해 물질 방출이 가장 적습니다.
- 천연 오일/왁스 마감: 원목 가구라도 표면 마감에 어떤 물질을 사용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화학 페인트나 니스 대신 천연 오일이나 왁스로 마감된 제품이 더욱 안전합니다.
4. 페인트와 마감재의 성분 확인
가구뿐만 아니라 벽지, 페인트 등 실내 마감재도 유해 물질의 주요 발생원입니다.
- 수성 페인트 및 VOCs Free 페인트: 실내 벽이나 가구에 직접 페인트를 칠할 경우, 유성 페인트 대신 VOCs 함량이 낮은 수성 페인트를 사용하고, 'VOCs Free' 마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천연 벽지: 합성 벽지 대신 종이, 황토, 편백 등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벽지를 사용하면 유해 물질 노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친환경 가구 구매 후 관리 팁
아무리 친환경 가구를 선택했더라도, 남아있는 미량의 유해 물질을 배출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1. 충분한 '베이크 아웃' 실시
새 가구를 들인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베이크 아웃'입니다. 이는 가구 내부의 유해 물질을 고온에서 강제로 배출시키는 과정입니다.
- 방법: 모든 가구의 서랍과 문을 활짝 열고, 보일러를 가동하여 실내 온도를 35~40℃ 정도로 높인 후 5~6시간 유지합니다. 그 후 모든 창문을 열어 1~2시간 동안 충분히 환기합니다. 이 과정을 최소 3~5회 이상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시점: 가구를 배송받은 직후, 사람이 입주하기 전에 충분히 실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2. 규칙적인 환기 습관화
베이크 아웃 후에도 유해 물질은 지속적으로 미량씩 배출됩니다. 따라서 꾸준한 환기는 필수입니다.
- 하루 2~3회 이상: 하루에 2~3회 이상 10~20분씩 창문을 활짝 열어 맞바람이 통하도록 환기합니다.
- 가구 서랍/문 열어두기: 평소에도 가구의 서랍이나 문을 가끔 열어두어 내부에 갇힌 유해 물질과 냄새가 순환될 수 있도록 합니다.
3. 공기정화 식물 배치
일부 공기정화 식물은 실내 공기 중의 유해 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룸, 산세베리아, 아레카야자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새집증후군 유해 물질 제거에 도움을 줍니다.
4. 실내 적정 습도 및 온도 유지
적정 실내 습도(40~60%)와 온도(20~24℃)를 유지하는 것은 유해 물질의 방출량을 줄이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너무 높은 온도는 유해 물질 방출을 촉진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5. 친환경 청소 용품 사용
가구를 닦을 때 사용하는 청소 용품이나 방향제 등도 유해 화학물질을 포함할 수 있으므로, 천연 성분의 제품이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