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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CP을 지키자니 작업자가 쓰러질 지경이고, 사람을 살리자니 교차오염이 걱정됩니다."
여름철, 식품 공장 관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깊은 고민입니다. 고용노동부는 '물-그늘-휴식'을 외치며 창문을 열고 작업자에게 휴식을 주라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충과 이물질을 막기 위해 문을 닫고 위생 구역을 철저히 지키라고 합니다. 마치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명령 앞에서 우리는 매년 여름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염 대응은 더 이상 '안전'과 '위생' 사이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닙니다. 두 가지 목표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방법을 통해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닌, 두 가지 규제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통합 전략 가이드'입니다. 이 가이드 하나로 작업자의 건강과 제품의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십시오.
STEP 1: 법적 근거 명확히 하기 - 우리가 지켜야 할 두 가지 약속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입니다. 먼저 우리가 따라야 할 두 가지 규제의 핵심 요구사항을 명확히 이해해야 그 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안전보건규칙] 고용노동부가 요구하는 것
고용노동부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입니다. 특히 폭염 시에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다음을 강조합니다.
- 물-그늘(바람)-휴식 3대 기본수칙: 시원하고 깨끗한 물 제공, 시원한 휴식 공간 제공, 폭염 단계에 따른 규칙적인 휴식 시간 부여.
- 온도/습도 관리: 사업장 내 온도와 습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할 의무.
- 건강상태 확인: 온열질환 민감군(고령자, 기저질환자 등)에 대한 사전 파악 및 관리.
[HACCP]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요구하는 것
식약처의 목표 역시 명확합니다. '소비자를 위한 안전한 식품 공급'입니다. 이를 위해 미생물학적, 물리적, 화학적 위해요소 관리를 강조하며, 특히 다음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밀폐 관리: 외부로부터의 해충, 먼지, 이물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출입문 및 창문 관리.
- 작업자 위생: 완벽한 위생복 착용, 작업장 내 취식/취수 금지를 통한 교차오염 방지.
- 구역 관리: 일반구역, 청결구역, 준청결구역 등 위생 수준에 따른 구역 구분 및 동선 관리.
[Point] 이 두 가지 규정은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안전한 환경에서(안전보건규칙) 안전한 제품을 만든다(HACCP)'는 동일한 목표를 향합니다. 이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현명한 접점을 찾아보겠습니다.
STEP 2: 충돌 지점별 현명한 해결책 - 'HACCP'과 '안전규칙'의 접점을 찾아서
이론은 충분합니다. 이제 관리자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3가지 충돌 지점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Conflict 1. [환기 vs 밀폐]
Problem: 창문을 열면 온도는 내려가지만 해충과 먼지가 들어와 HACCP 위반이 되고, 창문을 닫으면 작업장이 '찜통'이 되어 작업자 안전이 위협받습니다.
Solution:
- '강제 환기 시스템'으로 정면 돌파: 창문 개방을 최소화하는 대신, 외부 공기를 필터로 거쳐 깨끗하게 걸러 공급하는 '공조 시스템(AHU, Air Handling Unit)'이나 '강제 급/배기 팬'을 적극 활용합니다. 이는 HACCP의 밀폐 기준을 지키면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주기적인 필터 교체 및 청소 기록은 필수입니다.
- 방충/방서 시설의 고도화: 모든 출입구와 개방 가능한 창호에 틈새 없는 미세 방충망을 설치하고, 출입구에는 에어커튼과 포충등을 설치하여 해충의 유입을 이중, 삼중으로 차단합니다. '방충/방서 시설 점검표'를 HACCP 일지에 포함하여 관리하면 점검에도 완벽히 대비할 수 있습니다.
Conflict 2. [냉방 vs 교차오염]
Problem: 일반 선풍기는 작업장 내 분진이나 이물질을 날려 식품을 오염시킬 수 있고, 대규모 산업용 에어컨은 설치 및 유지 비용이 부담됩니다.
Solution:
- '국소 냉방장치'의 전략적 활용: 공장 전체를 냉방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자가 있는 곳만 집중적으로 시원하게 만드는 '이동식 에어컨'이나 '스폿 쿨러'를 도입합니다. 이때 핵심은, 시원한 바람이 식품이나 생산 설비에 직접 닿지 않고 작업자의 등이나 얼굴 쪽으로 향하도록 위치와 방향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 '입는 냉방용품'의 적극 도입: 아이스 조끼로 불리는 '쿨링 베스트(Cooling Vest)'나 목에 거는 '쿨링 넥밴드'는 작업자의 체온을 직접 낮춰주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위생복 안쪽에 착용하므로 식품 위생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작업자의 온열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Conflict 3. [수분 섭취 vs 위생 구역]
Problem: 탈수 예방을 위해 작업 중 물을 자주 마셔야 하지만, HACCP 규정상 생산라인(청결구역) 내에서는 어떠한 음식물 섭취도 금지됩니다.
Solution:
- '준청결구역' 내 '음수 전용 공간(Hydration Station)' 마련: 생산라인에서 한두 걸음만 나오면 닿을 수 있는 곳, 예를 들어 전실이나 탈의실 입구 등 '준청결구역'에 음수대를 설치합니다. 작업자가 위생복이나 장화를 벗지 않고도 빠르고 위생적으로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의무 수분 섭취 시간' 운영: "알아서 마시세요"가 아닌, 정해진 규칙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매시 50분부터 10분간은 의무 수분 섭취 및 휴식 시간입니다"와 같이 정례화하여 모든 직원이 함께 물을 마시고 잠시 쉴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합니다. 이는 작업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STEP 3: 실행력 높이기 -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좋은 해결책도 시스템으로 정착되지 않으면 구호에 그칩니다. 아래 3가지 방법으로 폭염 대응을 우리 공장의 문화로 만드십시오.
1. 'HACCP 연계형 폭염 대응 체크리스트' 활용
안전 따로, 위생 따로 관리하지 마십시오. 하나의 체크리스트로 통합 관리해야 실행력이 높아집니다. 아래 예시처럼 기존 HACCP 점검 항목에 폭염 안전 항목을 추가하여 활용해 보세요.
- [시설 점검] □ 출입구 에어커튼 정상 작동 여부 □ 창문 방충망 파손 여부
- [냉방 관리] □ 이동식 에어컨 위치 및 방향 적절성(식품 비접촉) □ 공조기 필터 청소 상태
- [작업자 관리] □ 금일 폭염 위험단계 공지 여부 □ 아이스 조끼 지급 및 상태 확인
- [위생 관리] □ 음수대 청결 상태 및 정수기 필터 관리 기록 □ 휴게실 위생 상태
2. '통합 안전보건위생 교육' 실시
폭염 안전 교육과 식품 위생 교육을 별개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름철 통합 안전보건위생 교육'을 통해 온열질환의 증상과 대처법, 그리고 여름철에 발생하기 쉬운 식중독(병원성대장균 등) 예방법을 함께 교육하면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작업자들은 안전과 위생이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3. 매일 아침 '통합 TBM(Tool Box Meeting)' 실시
작업 시작 전 5분, 이 시간이 하루의 안전과 품질을 좌우합니다. 오늘의 폭염 위험 단계(관심-주의-경고-위험), 단계별 휴식 시간 계획, 작업자별 건강 상태(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 파악), 그리고 당일 생산 제품의 위생 주의사항을 짧고 간결하게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현장의 위험 요인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동식 에어컨, 아이스 조끼, 공조 시스템...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당장의 '비용'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보십시오. 폭염으로 인한 작업자의 생산성 저하, 집중력 저하로 인한 품질 불량 및 안전사고, 그리고 핵심 인력의 이직까지. 이 모든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체계적인 폭염 대응 시스템 구축은 우리 회사의 품질과 핵심 인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입니다.
더 이상 '안전'과 'HACCP' 사이에서 고민하지 마십시오. 오늘 제시된 조화로운 해결책들을 현장에 적용하여, 가장 안전하고 가장 위생적인 여름 작업 환경을 만들어 나가시길 바랍니다.